‘포장재’와 ‘음식물쓰레기’ 줄이려는 노력
탄소배출량 줄이는 식습관 ‘채식’

‘무엇을 먹느냐’는 질문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 우리가 매일 하는 ‘먹는 일’에는 탄소배출, 환경오염, 동물권, 생명윤리, 쓰레기 문제 등이 들어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무엇을 먹느냐’는 질문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 우리가 매일 하는 ‘먹는 일’에는 탄소배출, 환경오염, 동물권, 생명윤리, 쓰레기 문제 등이 들어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무엇을 먹느냐’는 질문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 그것은 어떻게 길러진 것을 먹느냐, 어떤 형태로 포장된 것을 먹느냐, 어떻게 유통된 것을 먹느냐, 어떻게 버려질 것을 먹느냐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우리가 매일 하는 ‘먹는 일’에는 탄소배출, 환경오염, 동물권, 생명윤리, 쓰레기 문제 등이 들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식탁은 나와 지구를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가장 빠르고 쉽게 ‘무엇인가’를 바꾸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무엇인가에는 탄소배출량이 적은 식재료, 쓰레기를 덜 내는 식품, 음식물쓰레기를 덜 내는 행동이 들어갈 수 있다. 

◇ ‘포장재’와 ‘음식물쓰레기’ 줄이려는 노력

식탁은 환경을 위해 생각보다 다양한 고민을 하고 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보자. 

식탁에 음식이 차려지기 전 우리는 포장재에 들어간 식재료나 식품을 먼저 사게 된다. 만약 이 과정에서 포장이 과한 식품이 신경 쓰인다면 포장재를 덜 쓰는 제품을 선택할 수는 없을까 질문할 수 있다. 식품은 신선도나 유통 상의 이유로 무조건 포장돼 판매되니까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일단 시장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동네 시장에는 채소나 과일류 등을 필요한 만큼 소분해서 살 수 있도록 해 놓은 가게가 많다. 물론, 그 중에도 식품을 비닐이나 스티로폼팩에 포장해 판매하는 곳도 있지만 낱개로 판매하는 제품을 선택하면 포장재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벌크 제품으로 식품을 소분해서 판매하는 식료품 리필스테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하고 있는 보틀앤스쿱은 비건과 1인 가구, 제로웨이스트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있는 식료품 리필 상점이다. 집에서 빈 용기를 챙겨 가 원하는 식품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다. 기자 역시 이곳에서 시리얼과 주전부리, 밀크티 원액 등을 소분해서 사온 경험이 있는데 음식을 먹을 만큼만 선택해서 사면 일반 포장재뿐만 아니라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할 걱정도 줄어든다. 

만약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품 코너를 이용해야 한다면 최소한 장바구니나 과일바구니 등을 챙겨가서 쓸데없는 비닐류 소비를 막을 수 있다. 이처럼 식재료를 소분해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습관은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일과도 연결된다. 제로웨이스트가 제로푸드웨이스트로 이어지는 셈이다. 

사실 음식물쓰레기는 식탁과 직결되는 환경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첫 번째 단계는 처음부터 필요한 만큼만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이다. 특히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1+1 상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하고 과도한 식품 구매 방지를 위해 장 볼 목록을 미리 작성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식재료 구입 후 올바른 보관법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식재료 구입 시 개성 있는 농산물을 선택해서 구매하는 것도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시장에서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유통업체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모양과 기준을 벗어났을 뿐 맛과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는 채소와 과일류를 말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량의 3분의 1이 버려지고 있는데 그 양이 연간 13억 톤에 달한다. 폐기과정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기자도 이러한 배경을 안 뒤부터 못난이 농산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정기구독하고 있다. 가구 수에 맞춰 버려질 뻔한 채소와 과일류를 2주에 1회씩 배송받고 있는데, 판매로를 잃거나 크기가 너무 작거나 커서 시장에서 외면 당한 제품들이 집으로 도착한다. 그러나 모두 마트에서 판매하는 모양 좋은 제품들과 맛에서나 신선도 면에서나 차이가 없다. 

이는 기자의 개인적인 체감이 아니라 실제로 해당 농산물을 이용해본 소비자들의 반응이기도 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못난이 농산물’ 구매 실태 및 인식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60.5%가 ‘못난이 농산물 구매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중 95.5%가 ‘재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못난이 농산물 구매하는 이유는 ‘가격이 일반 농산물보다 저렴해서’, ‘품질에 큰 차이가 없어서’ 등이 뒤를 이으며 맛, 식감, 가격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식품의 운송거리에 따라 붙는 푸드 마일리지도 낮아진다.

이후 조리를 할 때는 너무 많은 음식을 만들지 않도록 하고, 만약 음식량이 많다면 덜어서 먹고 남는 음식은 밀폐용기에 소분해 냉장이나 냉동 보관 하도록 한다. 이러한 습관을 통해 요리에 들어가는 힘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리에 들어가는 에너지나 물 낭비도 줄일 수 있다. 

한편 음식물쓰레기는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통해서도 많이 나온다. 외식 시에는 먹을 만큼만 주문하고 먹지 않는 밑반찬은 처음부터 거절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도 앱 내에 있는 수저나 반찬 거절 등의 옵션을 선택해 먹지 않는 반찬은 거절하면 버려지는 용기와 음식물쓰레기를 함께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한다면 최대한 잘 배출해야 한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국내 음식물쓰레기는 처리시설 반입 후 80%가 폐수로 배출된다. 이를 줄이려면 처음부터 염분을 제거해 거름망에서 물기를 흘려보낸 뒤 분리배출해야 한다. 

보통 음식물쓰레기는 퇴비나 사료 등으로 재활용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처리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과 비용이 상당하다. 유엔환경계획이 출간한 ‘Food Waste 2021’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 평균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71kg에 달한다. 처리비용은 1톤 당 약 12만 원이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면 아낄 수 있는 것들이다. 

◇ 탄소배출량 줄이는 식습관 ‘채식’

최근에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식습관으로 채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고기 생산을 위해 유지되고 있는 공장식 축산업이 발생시키는 환경문제와 직결된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자동차나 비행기 등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양보다 많다고 알려진다. 예컨대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소형차 1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다. 육식이 지구를 가열시키고 있다고 주장되는 이유다. 

공장식 축산업을 위해서 열대우림이 불태워지며 숲이 사막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동물을 키울 목초지나 사료를 재배할 땅을 마련하기 위해서 지구의 허파 아마존이 불태워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생산 곡물의 3분의 1이 동물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고, 고기 1톤을 생산하기 위해 약 6톤의 사료가 필요하다고 하니 그 범위가 짐작된다. 이밖에 공장식 축산업으로 인한 분뇨 처리 문제, 수자원 낭비 등도 심각하다고 알려진다. 

UN은 이러한 이유로 기후변화보고서를 통해서 “육류 생산 비중을 줄이고 식물성 식품 섭취를 확대하면 기후변화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채식은 환경을 위해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매일 채식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주말이나 하루 한 끼 채식으로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한 명이 하루 한 끼 채식하는 습관을 1년만 유지해도 최대 1460kg의 탄소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 채식에는 고기, 우유, 유제품, 계란, 어패류, 가금류 등을 더하고 빼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므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확장하면서 실천하면 된다. 

기자 역시 1년간 채식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기를 제외한 유제품과 계란은 섭취했지만 이제는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생선이나 해산물의 경우 따로 구입해서 요리해 먹지는 않지만 모임이나 외식을 할 때 선택권이 적을 때는 해산물을 선택하기도 한다. 다만 바다동물도 고통을 느끼고 환경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있다. 

채식이든 포장재든 음식물쓰레기든 식탁에서 인지한 문제를 바꿀 때 염두에 두면 좋은 말이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환경 앞에서는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탄소를 배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선택해서 바꿔나가는 노력은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식사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그래서 나는 무엇을 먹는지 점검해보려는 노력 말이다. 

식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암시하는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일 같지만 많은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일입니다. 나와 타자에게 끼치는 영향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력 또한 큽니다.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과, 넓게 보면 동물권과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식탁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에 역시 식탁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은 비건, 푸드마일리지와 관련한 기자의 도전기이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면이 될 예정입니다. 마지막 시간은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한 질문’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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