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
성인병 발병률 높이는 동물성 단백질
채식으로 얻을 수 있는 반전효과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고기=단백질’, ‘고기=힘’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육식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은 채식에 대한 오해로 이어지곤 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고기=단백질’, ‘고기=힘’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육식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은 채식에 대한 오해로 이어지곤 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채식지향을 선언하고 난 뒤 주변에서 한 번씩 들었던 말 중에 하나는 건강에 대한 걱정과 염려였다. 그냥 몸이 피곤했던 건데 “너가 요즘 고기를 안 먹어서...”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고기=단백질’, ‘고기=힘’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육식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은 채식에 대한 오해로 이어지곤 한다. 기자 역시 이러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비건인 지인이 아프거나 기력이 없어 보이면 ‘혹시 고기를 안 먹어서 그런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채식지향을 결심하고 여러 책과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그것이 잘못된 지식이었다는 것을 하나씩 알게 됐다. 이번 회차에서는 육식과 채식의 영양학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오해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

동물과 그 부산물을 먹지 않으면 건강에 위협적이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렇게 교육 받아왔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부터 ‘고기를 먹어야 몸이 튼튼해진다, 우유를 먹어야 키가 큰다’라는 식의 말을 들으면서 컸다. 단백질은 고기를 통해서, 칼슘은 우유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도 배웠다.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우유 급식을 통해서 우유를 의무에 가깝게 마신 기억도 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기와 유제품에 둘러싸인 생활을 해왔다. 배운대로라면 고기는 채소와 함께 ‘골고루’ 먹으면 좋고, 우유는 많이 마실수록 좋은 것이었다. 고기에 대한 철썩 같은 믿음은 머리로는 비건의 장점을 알면서도 때때로 예외를 떠올리게 한다. 예컨대 건강한 성인은 그렇다 하더라도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 몸이 쇠약한 노인, 영양분이 많이 필요한 임산부는 고기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미국영양학협회에서는 “균형 잡힌 채식 식단은 임신, 수유, 유아기, 유년기, 청소년기를 포함한 전 연령과 생애 모든 단계에서 안전하며 운동선수에게 적합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육식에 대한 고정관념과 그로 인한 영향은 비건을 다룬 여러 책에서도 거듭 지적하고 있는 문제다. 김한민은 『아무튼, 비건』에서 “많은 이들이 ‘육식=단백질=힘=건강’이라는 미신을 철썩같이 믿는다. 덕분에 한국은 고열량 육류 섭취 습관과 관련이 높은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말하며 현대인의 의식 속에 단단히 박힌 단백질 신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과도한 육류 섭취로 인한 질병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 과잉은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진다. 잉여 단백질은 소화 효소를 낭비하게 만들고 세포 운동을 지연시키며 면역기능에 문제를 만든다. 몸 속의 혈액도 산성화시킨다. 우리 몸은 혈액을 중화시키기 위해 뼛속에서 칼슘을 빼내는데 이로 인해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진다.

동물성 단백질에 있는 콜레스테롤이 고혈압과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한 실험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의 저자 콜린 캠벨은 연구를 통해 동물성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암과 성인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170mg/dL에서 90mg/dL로 떨어지면 각종 암 발병률이 낮아지는데 동물성 단백질은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즉,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한다는 것은 곧 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뜻이 된다. 

세계 최대 아이스크림 기업인 ‘배스킨라빈스’의 상속을 포기하고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존 로빈스는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 단백질보다 우수하다고,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믿으면 자랐다. 이런 믿음은 특히 동물성 단백질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성인병 발병률 높이는 동물성 단백질

동물성 단백질은 왜 이러한 반응을 일으킬까. 기본적으로 사람의 신체가 육식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신체는 육식동물보다 초식동물에 가깝다. 치아 생김새부터 다르다. 식물성 음식을 저작하기 좋은 맷돌형 치아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은 송곳니도 날카롭지 못하다. 육식동물이 날카롭고 뾰족한 치아로 다른 동물의 가죽과 살점을 물어뜯는다는 점을 상기하면 치아의 생김새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내장 길이도 육식동물과 달리 길다. 육식동물의 장은 동물 사체가 내장에서 부패하면서 생기는 독소 문제를 줄이기 위해 짧은 것이 특징이다.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에 비해 3배 이상 긴 장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다. 사람의 장도 길다. 장이 길면 그 만큼 소화 되지 않은 음식물이 체내에 쌓여 오래 머물게 된다. 무엇보다 사람은 신체적으로 초식동물에게서 발견되는 식물분해 성분인 아밀라아제를 갖고 있다. 

이처럼 사람은 육류 소화에 어려운 구강과 내장 구조를 갖고 있기에 고기를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간이나 신장 등 내부 장기가 부담을 안게 된다. 몸의 설계 구조 자체가 육식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한민 작가는 “유전적으로 우리와 가장 유사한 고릴라, 오랑우탄 등의 영장류들은 모두 채소와 과일만 먹는 비건”이라며 “유일하게 잡식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침팬지도 약 97%는 채식이고, 나머지도 어쩌다 곤충류나 작은 포유류를 먹는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 채식으로 얻을 수 있는 반전효과

동물을 먹는 것이 영양학적으로 꼭 필요하다는 믿음 때문에 동물과 유제품을 섭취하고 있었다면 그것이 얼마나 오래된 고정관념이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삶, 비건 지향』를 쓴 미지수 작가는 채식과 관련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고 이제는 오히려 육식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걱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단백질에 대한 걱정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미지수 작가는 책을 통해 “단백질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손발톱은 더 건강해졌고, 머리카락은 오히려 숱이 많아졌다. 오랜만에 받은 건강점긴 결과에는 저단백 식사를 하라고 쓰여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비건지향인들은 비거니즘을 실천한 이후 건강이 가장 먼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위장염이 줄어들고 피부 트러블이 사라진다는 것이 공통적인 증언이다.

채식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비단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비건 활동가이기도 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다큐멘터리 <게임 체인저스>에서는 지구력, 순간근력이 필요한 모든 종목의 운동선수들에게 비건식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원조 전문 격투가인 ‘로마 검투사’가 채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다는 사실은 과거의 지식을 깨기에 충분해 보인다. 

다큐 속 많은 운동선수들은 “채식이 승리에 힘을 보태줬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선수가 몸을 크고 강하게 만들고 높은 수준의 경기를 하려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일 뿐이다.

다큐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양의 70%를 더 섭취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채식은 부상으로부터 더 빠른 회복과 염증 수치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육체적 퍼포먼스의 정점을 보여주는 운동선수들에게 채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채식이 근력과 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동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코끼리, 고릴라, 코뿔소, 고릴라, 소의 공통점은 뭘까. 힘이 세고 무겁다는 것이다. 풀만 먹고도 체형과 근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백질은 고기가 아닌 곡물과 콩, 채소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예컨대 대두는 육류보다 2배 이상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게다가 육류가 안고 있는 지방과 포화 지방산이 없어 염증이나 혈당 걱정도 없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연구와 경험을 통해서 ‘고기를 먹고 몸보신한다’는 말이 얼마나 역설적인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채소는 그 자체로 영양이 충분하다. 채식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된다면 타인의 취향을 더 존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유제품과 달걀, 가공육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다루도록 하겠다.

식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암시하는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일 같지만 많은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일입니다. 나와 타자에게 끼치는 영향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력 또한 큽니다.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과, 넓게 보면 동물권과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식탁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에 역시 식탁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은 비건, 푸드마일리지와 관련한 기자의 도전기이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면이 될 예정입니다. 다섯 번째 시간은 ‘채식에 대한 오해’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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