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오염과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돼 있는 해산물
고통 느끼는 바다동물...윤리적인 접근 늘어나

많은 사람들이 어류가 육류에 비해 건강에 더 이롭다고 생각하고 양심에 가책 또한 비교적 덜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관점 모두 잘못되었다고 반박하는 목소리가 높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많은 사람들이 어류가 육류에 비해 건강에 더 이롭다고 생각하고 양심에 가책 또한 비교적 덜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관점 모두 잘못되었다고 반박하는 목소리가 높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 중에는 고기는 먹지 않지만 해산물은 먹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경우 어류가 육류에 비해 건강에 더 이롭다고 생각하고 양심에 가책 또한 비교적 덜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관점 모두 잘못되었다고 반박하는 목소리가 높다. 

흔히 생선은 몸에 좋다고 인식한다. 오메가3와 같은 지방산이 풍부한 해산물로 건강 식단을 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산물이 안고 있는 중금속과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우려하는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해산물이 수은 등 중금속을 비롯해 독성 물질을 섭취하는 주요 경로라는 주장이다. 

◇ 해양오염과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돼 있는 해산물

이와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영양소과 중금속이 먹이사슬 위로 올라갈수록 농축된다는 사실이 있다. 즉, 우리가 즐겨 먹는 연어나 참치 등 먹이사슬 상위층에 있는 큰 어류들일수록 중금속 함유가 높다는 얘기가 된다. 수중 먹이 사슬에 산업 오염 물질이 가장 많이 농축돼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례로 국내 연구진은 해산물 섭취 후 혈중 수은 농도가 올라간다는 내용의 논문을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다. 박정덕 중앙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은 2018년 1월 해산물을 먹는 사람의 혈중 수은 농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0세부터 83세까지 4000명의 체내 수은 수치를 분석한 결과, 3일간 조개나 어류 등 해산물을 먹은 사람의 혈중 수은 농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의 120세 건강비결은 따로 있다’를 쓴 내과의사 마이클 그레거 박사는 “수은, 다이옥신, 비소, DDT, 처방약품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원천은 수산물”이라며 “해산물을 먹지 않으면 독성 중금속 등 잔류성 무기 오염 물질 섭취도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국내 양식장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수은이 검출되기도 했다. 2018년 6월 부산시 기장군 소재 3개 넙치 양식장의 넙치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수은이 검출된 것인데 원인은 사료였다. 해양수산부가 수산물품질관리원, 지자체 등과 함께 사료, 사육용수 등의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사료에서 0.28~0.44㎎/㎏의 수은이 검출됐다. 당시 해앙수산부는 해당 양식장에서 최근부터 전갱이, 잡어 등의 생사료 대신 다랑어 부산물의 비율을 크게 높여 사용하면서 수은 수치가 높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양식이 안고 있는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양식 생선의 사료는 바다 생물이다. 혼획된 값싼 생선으로 만드는 사료로 발생하는 문제 외에도 양식장 주변 바다 오염과 공장식 축산과 마찬가지로 밀집사육으로 인한 항생제 문제는 양식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로 계속해서 지목되고 있다.

김한민은 ‘아무튼, 비건’에서 “양식 연어 역시 다량의 항생제 투여 없이는 안정적인 생산과 관리가 불가능하며 광고에 등장하는 먹음직한 오렌지 빛 색깔도 색소를 주입하는 것”이라며 “양식이 지속가능한 미래의 모델이라는 생각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최근 들어서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는 2017년 서울과 부산 등 시장에서 굴, 바지락과 같은 4종의 조개류에서 1g당 0.07에서 0.034개의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식습관 통계 지표에 따른 연구결과 한국인은 조개류 4종을 통해 1인당 연간 미세플라스틱 212개를 섭취하고 있다고 추정되기도 했다.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병 안 걸리는 식사법, 현미밥 채식’의 저자 황성수 박사는 중금속 함유 등 위험도가 높은 어류 대신 곡식이나 과일, 채소에 들어있는 식물성 오메가3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황 박사를 비롯해 채식을 실천하는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들의 모임인 베지닥터에서는 생선 대신 견과류를 통해 DHA 등을 섭취한다고 알려진다. 

◇ 고통 느끼는 바다동물...윤리적인 접근 늘어나

어류가 느끼는 고통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로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예컨대 갑각류는 고통에 예민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으며 문어 등 두족류는 신경계가 온 몸에 분산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무런 가책 없이 낙지를 산 채로 먹는 것을 즐기고 팔팔 끓는 물에 랍스타를 넣는다. 

바다동물이 느끼는 고통에 스위스에서는 2018년부터 랍스터 등을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거나 얼음에 넣어 수송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영국도 지난해 동물복지법을 개정해 랍스터, 게, 문어, 오징어 등 무척추동물에 대한 복지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를 쓴 조너선 밸컴은 어류에 대해서 지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수준이 높고 의사소통을 하며 사회성이 있는 생명체라고 말한다. 

미지수 작가는 ‘지속 가능한 삶, 비건 지향’에서 바다생물을 부르는 용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하늘을 날며 알을 낳는 동물을 하늘고기라고 부르지 않으며, 땅에 사는 동물을 땅고기라고 하지 않는다”라며 “물고기를 물살이로 바꿔 부른다면 우리의 시선과 태도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한다. 

사실 식품이 안고 있는 중금속 문제 등에서 벗어나려면 어류나 조개류보다 해조류 섭취가 권장된다. 미역이나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는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역은 수용성 섬유질 성분으로 체내 중금속을 배출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밖에 과일과 채소, 통곡물 등을 섭취하는 것도 중금속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최근에는 해산물이 안고 있는 해양 생태계 파괴 문제와 중금속 및 미세 플라스틱 문제,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대안으로 대체 해산물 제품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소비자가 구매한 대체 해산물은 전체 식물 기반 대체식품의 약 29%에 달했다. 돼지고기 대체육보다도 높은 수치다. 

대체 해산물은 대체육처럼 식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토마토로 만든 참치 회 초밥, 완두콩 단백질로 만든 훈제 연어, 해초와 녹두 등을 활용한 식물성 새우, 곤약을 활용한 게살 등 식물을 기반으로 해산물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재현한 대체 해산물은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건 시장이 커지면서 대체 해산물에 대한 투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암시하는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일 같지만 많은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일입니다. 나와 타자에게 끼치는 영향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력 또한 큽니다.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과, 넓게 보면 동물권과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식탁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에 역시 식탁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은 비건, 푸드마일리지와 관련한 기자의 도전기이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면이 될 예정입니다. 여덟 번째 시간은 ‘해산물에 대한 오해’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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