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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쓰레기, 역습의 시작②] ‘플라스틱 아일랜드’ 한반도를 위협하다

기사입력 2017.05.24 18:39:16
  • 프로필 사진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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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쓰레기 수거 장면. [출처=사천시]


"플라스틱 건더기가 떠 있는 수프 같았다"

1997년 하와이에서 열린 요트 경기에 참가해 LA로 향해가던 미국인 찰스 무어는 망망대해 태평양의 한가운데에서 기괴한 형태의 ‘덩어리’와 마주했다. 세계 각국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모여 만들어진 '플라스틱 아일랜드'(plastic lsland)였다. 바다를 뒤덮은 이 섬은 한반도(22만3348km²) 면적의 약 7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곳을 이루는 조성물들은 이름에 걸맞게 90% 이상이 플라스틱 제품이다. 

태평양에서 존재를 드러낸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곧 북태평양 등에서도 발견됐다. 지금까지 모두 3개의 플라스틱 아일랜드가 발견됐지만, 환경단체들은 대서양과 인도양 등에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쓰레기들이 뭉쳐 섬이 되는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엔 우리 연안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인천, 경남 거제와 마산 앞바다에서다. 

24일 해양환경운동단체 오션(Osean)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0곳의 갯벌과 해안 등에서 모두 6만8421개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이는 전년 대비 5.49% 감소한 수치다. 

형태별로는 플라스틱이 3만8682개(56.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스티로폼 9825개(14.4%), 나무 3489개(5%) 등으로 파악됐다.

쓰레기는 인천 강화도 여차리 갯벌에서 가장 많이 수거됐다. 이곳에선 전체 해양쓰레기의 9.6%인 6574개가 거둬졌다. 쓰레기는 비닐봉지 1175개(17.9%), 유리병 조각 748개(11.4%), 담배꽁초 482개(7.3%), 불꽃놀이용품 358개(5.4%), 건축용목재 348개(5.3%) 등으로 집계됐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경남 일대 해역에서도 진행 중이다. 같은 시기 거제 두모몽돌해변에선 5783개(8.5%), 경남 마산 봉암갯벌에선 5561개(8.1%)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2011년 7월 낙동강 폭우로 경남 거제 흥남해수욕장 일대에 떠밀려온 해양쓰레기. [출처=오션]


전국 40곳의 갯벌과 해안 가운데 이들 3곳에 해양쓰레기가 쏠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양쓰레기 다량 분포 지역 조사를 목적으로 수거 작업에 참여한 이승한 오션 차장은 ‘육상 쓰레기 관리 부실’ 문제를 짚었다. 

이 차장은 “여차리갯벌엔 한강, 두모몽돌해변엔 낙동강, 봉암갯벌엔 봉암천이 있는데 이들 강 하구에 몰려 바다까지 밀고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이는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해양오염을 가중하고,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해양수산부가 매년 해양쓰레기를 수거했지만, 육상에서 흘러내려 온 쓰레기를 감당하긴 역부족"이라며 "환경부가 강 하구에 쌓인 육상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줘야 해양쓰레기를 줄여나갈 방도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쓰레기는 기본적으로 발생자 처리가 원칙이다. 육지에선 각 지방자치단체, 강과 하천은 환경부, 바다는 해수부가 맡아 처리하고 있다. 육지와 강·하천 등 어느 한 곳이라도 ‘구멍’이 뚫리면, 쓰레기가 모두 바다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양환경운동단체 오션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출처=오션]


지자체와 환경부 그리고 해수부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바다를 낀 대부분의 지자체는 7~8월 여름 성수기를 제외하곤, 해양정화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매년 주기적으로 강과 하천 하구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장마나 홍수 같은 재해엔 속수무책이다. 이에 바다로 유입되기 전 육상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해수부 측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해수부 해양보전과 관계자는 "육지나 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소관은 환경부에 있다"며 "해수부 쪽에선 (육상 쓰레기 관리에 대한) 요청만 할 수 있을 뿐, 별다른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과거 환경부와 협력해 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올해엔 별다를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며 "지난해부터 3년간 진행될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통합관리체계 구축' 용역사업이 끝나면 해양쓰레기 관리에 대한 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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