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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수부, 무인잠수정 '해미래' 100일 투입하고 50억 썼다

수리·업그레이드에만 매년 5~10억원, 예산 투입대비 활용도도 낮아

기사입력 2017.02.09 18:32:33
  • 프로필 사진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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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07년까지 해양수산부가 1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심해무인잠수정 '해미래'. [출처=한국해양과학기술원]


100억대 예산을 투입돼 건조된 심해무인잠수정 '해미래'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0년간 50억원에 가까운 운영 예산이 소요됐지만 실제 해저에 투입된 시간은 연 평균 10일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미래'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무인 심해잠수정(ROV·Remotely operated Vehicle)이다. 중량 3660㎏에 길이 3.3m, 높이 2.2m로 심해 60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해미래'를 개발하기 위해 해수부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총 12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질·해양생태계 연구와 광물 자원 탐사를 위해서였다.

'해미래' 개발로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6000m급 심해잠수정 보유국이 됐다. 당시 해수부는 연간 80억원의 심해탐사장비에 대한 수입을 대체하고 120억원 상당의 장비·부품 수출 등 2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명성이 무색하게도 매년 5억원 가량의 예산이 사용되지도 않은 '해미래'의 고장 난 잔 부품 교체나 장착된 카메라의 성능을 높이는 등의 운영 예산으로 투입됐다. '해미래'의 운행 시기를 고려하면 약 10년간 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 해양개발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잔 부품 고장은 있었지만, 사용을 못 할 만큼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며 “그동안 ‘오링’(O-ring)이라 불리는 고무패킹을 주기적으로 갈아 바닷물이 해미래에 새어 들어가는 것을 막고, 녹슨 장비를 관리하는 작업 등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수부가 올해까진 '해미래'의 잔 부품 고장과 업그레이드에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소유권을 가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관리와 관련된 부분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막대한 예산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처럼 새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예산 투입 대비 현저히 낮은 '해미래'의 활용도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은 2007~2009년까지 동해 메탄하이드레이트 연구에 각 10일, 2010년 천안함 잔해 및 파편수색 10일, 2011~2012년 가스분출해역 조사에 각 10일, 2013년 울릉분지 해저지질 탐사에 10일씩 '해미래'를 투입해 왔다. 

또 2014년과 2015년 동해 해저지질 탐사에 각각 4일과 15일 투입했다. 지난해엔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에 위치한 괌 인근의 열수 광상(지하의 마그마에서 방출된 열수가 상승하면서 그 속에 포함하고 있던 유용광물이 침전하여 만들어진 광상)을 조사하는데 15일 사용했다. 2007년부터 10년 평균 9.4일 정도 '해미래'가 사용된 셈이다.  

'해미래'가 이처럼 해양 탐사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실어 나를 해양조사선이 전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해양조사선은 1000톤급 ‘온누리호’가 유일했다. 이마저도 위치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자동위치 제어 장치 기능이 없었다. 이 기능은 '해미래'가 심해에서 탐사 활동을 벌이는 동안 배를 일정한 위치에 고정시켜놓는 기능으로, 지금까지 연구팀은 '온누리호' 항해사의 힘을 빌려 배의 위치를 고정시켜 왔다. 기상상황이 좋은 날에는 문제되지 않지만, 기상이 좋지 않을 경우 배의 움직임이 커져 '해미래'의 탐사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제대로 된 해양조사선이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대책없이 만들어 놓은 무인 잠수정을 사용하기 위해 해양과학자들과 연구팀은 그동안 각축전을 벌이며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 

'해미래'를 사용해 해양 탐사 연구를 벌이고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이판묵 박사는 "그동안 여건이 준비되지 않아 '해미래'가 해저에 있던 시간보다 육상에 있던 시간이 더 많았지만, 해수부가 지난해 건조해 시험운항에 들어간 5000톤급 해양조사선 ‘이사부호’가 올 7월부터 본격 운항을 개시하면 '해미래'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엔 '해미래'를 활용해 인도양 조양 해저산맥의 열수광상 지질구조와 모암구조 등을 파악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영 기자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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