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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리더스칼럼] 씨 마른 '명태', 완전양식기술로 부활한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기사입력 2017.01.05 14:42:42
  • 프로필 사진에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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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강원도 고성에 있는 거진항은 대진항과 함께 우리나라의 최북단에 있는 어항이다. 명태잡이로 유명한 거진항은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매일같이 갑판 가득 명태를 싣고 항구로 돌아오는 명태잡이 배로 쉴 틈이 없었다. 당시 거진항에는 개도 명태를 물고 다닌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명태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명태가 가장 많이 잡혔던 1981년에는 어획량이 17만 톤에 달하였다. 
 
하지만 지금 명태는 동해안에서 눈을 씻고 찾아도 보기 어렵다. 매일같이 만선이던 어선들이 2000년대 초반 4~5일에 한 번 출항해도 명태를 가득 채우지 못했다. 심지어 최근 10년간 명태는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은 바로 무분별한 남획, 수온 상승 등 해양환경 변화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1970년대 ‘노가리’라고 하는 어린 명태 포획을 허용한 이후 급격하게 자원이 감소하였다. 1981년 전체 명태 어획량의 2/3인 12만 톤이 어린명태인 ‘노가리’였다. 어린 명태 어획량이 늘어날수록 큰 명태 어획량은 점차 감소하였고 결국에는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상업적으로 어획할 수 없는 상태로까지 자원이 감소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 바다에서는 명태를 잡지는 못하지만, 명태 요리는 여전히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3~4년간 우리 주변에서 명태조림, 명탯국, 생태탕 등 명태 요리를 파는 식당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처럼 명태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25만 톤을 소비되는 명실공히 ‘국민 생선’이지만, 지금은 국내산이 아닌 원양산이나 수입 명태가 국민 식탁을 채우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명태 완전양식기술 개발 성공으로 국내산 명태 자원회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해양수산부는 동해안에서 사라진 명태 자원을 회복하고 국민들에게 국내산 명태를 공급하기 위해 ‘수산업의 미래성장산업화’의 일환으로 지난 2014년부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번 완전양식기술 개발도 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연구의 결과물이다. 처음에는 명태 양식을 위하여 필요한 살아있는 명태 어미 몇 마리조차 확보하기 어려워서 명태를 포획하여 가져오면 한 마리당 50만원의 현상금을 지급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다행히도 그 결과 지난해 우리 어업인이 살아있는 어미 명태를 잡아 왔고, 그 명태로부터 수정란을 확보하면서 완전양식기술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선 연구진들은 자연산 명태로부터 얻은 수정란을 인공 부화시킨 후, 알에서 깬 어린 명태들이 잘 자랄 수 있게 수온을 10℃로 유지하는 한편, 저온에서도 생존하는 먹이생물과 명태 전용 배합사료를 개발함으로써 명태 성숙 기간을 3년에서 1년 8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 10월 인공적으로 생산한 어린 명태가 다시 명태를 낳아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에 성공할 수 있었다. 머지않아 우리 국민들의 밥상에서 다시 동해 명태를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기분 좋은 소식으로 큰 관심을 받아, 명태완전양식기술 개발이 '2017년 10대 과학기술 뉴스'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번 명태 완전양식기술 개발로 우리나라 명태 자원이 회복의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우선 명태 자원이 사라지게 된 원인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명태 생태환경이나 조건 등을 규명하기 위하여 올해부터 명태 서식지로 추정되는 해역에 대한 해양환경 및 생태계 조사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에는 어린 명태 대량 생산을 위한 시설도 확충하고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국내산 명태를 맛볼 수 있도록 시범양식을 통해 상업적으로 생산 가능한지를 타진할 계획이다.

수산자원은 육상자원과는 달리 언제나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인식되었다. 해양이 끝없는 생산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아무리 많이 잡아도 수산자원은 고갈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전 세계 어장의 75%가 남획 또는 고갈된 상태라고 경고하고 있다. 명태 자원회복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명태가 우리 바다에서 다시 보기 위하여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명태 완전양식 기술을 토대로 노력해 나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명태가 동해안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매년 10월 거진항에서는 명태 축제가 열린다. 지금은 동해안 명태가 아닌 러시아 명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국내산 명태로 축제를 즐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에코뉴스 econews@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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