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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날 기획②] '바다가 아프면 지구가 아파요'.. 죽어가는 생명체들..

정부 공식 통계조차도 없는 해양쓰레기 생물 피해.. 상황 봤더니..

기사입력 2016.06.01 07:29:14
  • 프로필 사진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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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약 70%는 바다. 육지의 2배 이상인 바다는 수산자원 뿐만 아니라 유전·가스전 등 '자원의 보고'다. 또한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분해하고 발산하는 저장고이기도 하다. 인류는 바다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다로부터 많은 것을 얻는다. 하지만 이런 바다를 오염시켜 온 주체 역시 인간이다. 인간이 야기한 오염은 해양 생물 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부정적인 형태로 되돌아온다.
환경TV는 바다의 날(5월31일)을 맞아 해양오염의 주된 원인인 해양쓰레기 실태와 문제점,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0여년 전인 2005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보고서 하나를 발표한다. '해양쓰레기 분석 개요(Marine Litter: An analytical overview)'라는 이름의 보고서다.

보고서는 전세계 바다의 해양쓰레기 현황을 다뤘는데, 4쪽에서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확실한 연구가 없다". 해양쓰레기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다. 

▲UNEP 해양쓰레기 분석 개요 페이지. (출처=UNEP)

2010년 한해에만 플라스틱 쓰레기 최대 1,270만 톤 바다로 
2025년 전세계 해안따라 가로세로 30cm 쓰레기 벽 쌓일 정도 엄청난 양 

결국 추정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신뢰도가 높은 결과물 중 하나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다. 해당 조사는 NASA가 35년간 바다에 부표를 떠내려 보내 해양쓰레기 지도를 만들면서 추정해 낸 것이다.

NASA는 2010년 기준으로 한 해에 플라스틱 쓰레기 약 470만~1,270만 톤이 바다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추세로라면 2025년에는 전 세계 해안을 따라 폭 30cm, 높이 30㎝의 쓰레기 벽을 쌓을 수 있다는 게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해양쓰레기 생물 피해 지역적 분포. (출처=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우리나라 연안, 낚시 부산물이 주요 피해 요인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나라의 바다 얘기가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해양쓰레기 문제는 국가적 현안이다. 해양수산부가 올해에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해 투자하는 예산만도 무려 165억 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해법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특히 해양쓰레기가 일으킬 수 있는 해양오염 실태와 이로 인해 바다 생물들이 입고 있는 피해 등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조사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2012년 8월 사단법인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에서 발행한 '해양쓰레기 생물 피해 사례집'이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쓰레기 피해 발생 보고서다.

사례집은 2010~2011년까지 2년간 전국의 야생동물 구조(치료) 센터와 야생동물 연구단체, 습지 보호단체, 연구 기관 등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자료를 망라했다. 사진 등 육안으로 조사한 결과와 부검, X선 촬영 등의 방법을 통해 피해 여부를 확인했다. 10명도 채 안 되는 연구원들이 조사원의 전부다.

그 결과 40건, 20종의 생물에 대한 피해 사례가 수집됐다. 연도별로는 2003~2011년까지 발생한 피해들이다. 

▲해양쓰레기 생물 피해 생물종 별 구분. (출처=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지역별로는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의 피해 사례가 가장 많았다. 모두 16건이다. 이어 제주도가 9건, 경기도 한강 하구가 5건, 경북 을릉도와 인천이 각각 3건이다. 충남에서도 2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40건의 사례를 분석해 본 결과 8가지 종류의 해양쓰레기가 피해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낚시바늘 ▲낚시줄 ▲납추 ▲낚시도래 ▲어망과 밧줄 ▲통발 ▲노끈 ▲비닐봉지 등이다. 대다수가 개인 취미로 하는 낚시와 어업 활동이 원인이었다.

이 단체는 "우리나라는 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300만~800만 명으로 전체 인구 중 6~16%에 이른다"며 "유럽의 4%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인데, 낚시관리법이 있기 때문에 낚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홍보 및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를 준 해양쓰레기 종류와 피해 유형. (출처=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부산 갈매기 위협하는 '낚시바늘'…백조 죽이는 '납추'

민간 차원에서 사례를 조사하고 다닌 만큼 그 사례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타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사례들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우선 개체 수 면에서 가장 많은 괭이갈매기 사례다. 모두 17마리의 해양쓰레기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이들의 피해는 특히 부산 지역에 집중됐다. 17마리 중 울릉도와 제주에서 각각 3마리, 1마리씩 피해 사례가 보고된 것을 제외하면 약 77% 정도인 13마리가 부산 앞바다에서 피해를 입었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부산 갈매기'의 주인공은 현재 '이렇게' 아프다.

▲괭이갈매기 X선 촬영 사진. (출처=여광영)

피해 유형을 보면 뭐가 문제인지 드러난다. 모두 17마리의 괭이갈매기 사례 중 15마리가 낚시바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대부분 뾰족한 낚시바늘을 삼킨 피해였다.

연구진은 "버려진 미끼를 먹으려다 낚시바늘까지 같이 삼킨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중적인 취미 활동으로 자리 잡은 낚시가 의도하지 않게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결과를 낳는데, 낚시 후 남은 미끼봉지나 낚시바늘, 낚시줄을 잘 챙겨오기만 해도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괭이갈매기처럼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큰회색머리아비도 독특한 사례다. 2011년 1월 제주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발견한 큰회색머리아비 역시 낚시바늘을 삼켜서 죽었지만 괭이갈매기와는 구분된다.

큰회색머리아비는 주로 잠수를 해서 작은 물고기를 잡아 먹는 종이다. 이우신 서울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최대 45m까지도 잠수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잠수해서 바다 밑바닥의 저서성 어류를 잡아먹는 종이 낚시바늘을 삼키고 죽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연구진은 "잠수해서 먹이 활동을 하는 종이 레저용 낚시바늘을 삼켜서 죽었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라며 "우리나라의 레저용 낚시 쓰레기의 밀도가 얼마나 높은 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납추 먹고 납 중독으로 죽은 백조. (출처=김영준)

낚시바늘 외에 연구진이 주목한 해양쓰레기는 납추.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중금속인 납을 원료로 한 낚시 필수품을 먹고 백조(큰고니)가 죽은 사례 때문이다.

2010년 1월 충남 서산시 해미천 중류에서 발견된 백조 폐사체는 수의사의 부검 결과 납 중독이 사인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백조 등 고니류는 진흙바닥에서 줄기를 파먹는 습성이 있다. 그러다보니 진흙바닥에 섞여 있는 버려진 납추를 섭취하고 죽었다는 게 연구진의 추정이다.

연구진은 "서산시 해미천은 철새 도래지인데도 취미용 낚시 행위가 성행해 인간과 야생동물의 충돌이 일어나기 쉬운 공간"이라며 "버려진 납추로 인해 앞으로도 피해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폐그물에 걸려 죽은 고라니. (출처=PGA습지생태연구소)

조류만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니었다. 전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중국에만 서식하는 고라니 역시 해양쓰레기를 피하지 못했다.

2006년 PGA 습지생태연구소는 한강 하구의 장항습지에서 폐그물이 왼쪽 다리에 걸려 있는 고라니 익사체를 발견했다. 물가를 좋아하는 고라니가 습지까지 나왔다 버려진 그물에 발이 묶인 것.

그러다 보니 아무리 날랜 고라니라도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고, 하루에도 몇 차례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 미처 밀물을 피하지 못한 채 고라니가 익사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장항습지는 습지보호 지역에 포함되는 곳"이라며 "보호 지역에서 불법 어업 행위를 하지 않도록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 어느 바다도 생물 피해 국가 통계 없어

해양수산부가 2011년 조사를 통해 추정한 우리나라의 연간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17만 6,807톤 정도다. 주로 하천에서 떠내려 오는 초목이나 폐그물 등 어망, 어선의 생활 쓰레기 등으로 나뉘는 쓰레기의 양이다.

언뜻 보면 엄청난 양으로 비치지만, 사실 이 통계에 잡히지조차 않은 낚시바늘이나 납추 등 거의 무게가 나가지 않는 해양 쓰레기들이 생물들에게는 더 위협적이다.

▲포유류도 해양쓰레기에 노출돼 있다. (출처=UNEP)


그럼에도 정부는 낚시바늘이나 납추 등 위협적인 해양쓰레기 관련 통계는커녕 어떤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의 이종명 박사는 "해수부 등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례 조사라도 하자는 제안을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정부 정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해양쓰레기로 인한 생물 피해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동안 해양쓰레기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보고서가 발간된 2012년 이후 이 단체 홈페이지의 '야생동물 피해 사례 DB' 카테고리에는 30건의 새로운 사례가 추가된 상태다.

뱀머리 돌고래나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남생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단체는 "앞으로도 조사를 계속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신 수 명의 민간 단체만 신경 쓰고 있는 우리나라 해양의 생물 피해 사례 조사는 한 켠에서 진행 중이다.

▲전국 야생동물 구조센터 연락처. (출처=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신준섭 기자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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