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나는 살고싶다"..전설이 된 9인의 여성들, '지구의 벗' 선정 여성환경운동가 면면과 생애

기사입력 2016.03.09 11:59:19
  • 프로필 사진신준섭 기자
  •  
  •  
  •  
  •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힝클리(Hinkley)'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이 마을에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 서부 권역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한국으로 치자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를 합한 회사인 'PG&E'의 공장이 위치하고 있었다.

힝클리에 공장이 설립된 해는 1952년. 이후 40여 년이 지난 후 이 작은 마을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휩싸인다. 3억 3,300만 달러(약 4,040억 원). 당시 마을 주민들이 이 공장을 소유한 PG&E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금액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이 소송은 40년도 전에 공장이 저지른 과오가 발단이었다. PG&E의 힝클리 공장은 1952년부터 1966년까지 15년간 시설 냉각을 위해 '6가 크롬'이라는 물질을 사용했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규정한 1급 발암 물질이다. 무려 15년간 이 물질을 사용하고 바깥으로 오염된 물을 배출했던 것.

6가크롬은 이후 오염된 토양과 하천을 통해 마을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공장으로부터 반경 3.6㎞ 이내에 있었던 이들은 제각기 크고 작은 건강 상의 영향을 받았다.

까맣게 이 사실을 모르던 주민들은 변호사이자 이제는 대표적 환경 운동가로 자리 잡은 한 여성의 의료 기록 폭로로 이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바로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56)다.

▲에린 브로코비치. 출처=지구의 벗

저널리스트였던 모친의 피를 이어 받은 걸까. 그녀는 사건의 본질에 하나하나 파고들며 이 소송에 매진했고 결과적으로 PG&E로부터 1억 3,360만 달러(약 1,62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받아 낸다. 덕분에 그가 받은 보너스만도 250만 달러(30억 원)이다.

한 변호사가 대기업을 상대로 일궈 낸 이 믿기 힘든 결과에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연출했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주목했다. 그래서 나온 영화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에린 브로코비치'다.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인물상은 영화 개봉 이후 미 방송국 ABC에서 제작한 TV 시리즈 '에린 브로코비치와 함께 미국에 도전하기', 존 리얼리티의 '마지막 정의' 등으로도 제작됐다.

유명세를 탄 이후에도 그는 여전한 여성 환경 운동가다. 최근에는 여성의 헬스 케어와 관련한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여성이 뭉치면 꽤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여성 환경 운동가로서 브로코비치가 남긴 말이다. 

'지구의 벗' 에린 브로코비치 등 9명의 '전설적' 여성 환경운동가 선정, 발표

세계 3대 환경단체 가운데 하나인 '지구의 벗'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에린 브로코비치를 비롯, 세계 각지에서 환경 운동가로 활동했던 여성 9명을 선정해 8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모두 살아서 이미 전설이 됐고 죽어선 신화적인 존재가 된 인물들이다

우선 올해의 여성 환경운동가로는 지난 3일 남미 온두라스의 자택에서 무장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여성 환경 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43·여)가 선정됐다.

▲베르타 카세레스. 출처=골드만상 홈페이지

그는 산림 벌목과 광물 개발, 대규모 댐 건설 등에 맞섰던 인물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환경단체에 따르면 온두라스 군대가 보유한 인권 운동가 암살 명단 중에서도 그는 1순위였다고 한다. 카세레스는 환경 분야의 노벨상인 골드만 상 2015년 수상자이기도 하다.

카세레스는 살해당하기 전 "나는 살고 싶다. 이 세상에서 아직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면서 "그렇다고 우리의 땅과 삶의 존엄을 위해 싸우는 것을 포기하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우리의 싸움은 정당하다"라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옥타비아 힐. 출처=내셔널 트러스트 홈페이지

이외에도 쟁쟁한 인물들이 선정됐다. 노르웨이의 첫 여성 수상을 지낸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77·여)와 독일 녹색당을 만든 이들 중 하나인 페트라 켈리(1992년 사망), '침묵의 봄'이란 책 한 권으로 미국에 연방 환경청 설립을 촉발한 레이첼 카슨(1964년 사망)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작은 것들의 신'을 집필한 소설가 아룬드하티 로이(55·여),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지키는 '내셔널 트러스트' 재단의 공동 설립자 옥타비아 힐(1912년 사망), 케냐 정치가이자 활동가이며 200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완가리 마사이(2011년 사망), 인도의 여성 운동가 비나 아가르왈(65·여)등이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완가리 마사이. 출처=그린벨트 운동

지구의 벗은 이번 명단을 발표하며 "우리가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이들을 존중하지 않고 어떻게 기후변화와 같은 커다란 도전을 풀어낼 수 있겠나"라는 은유의 말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갔던 9인의 여성 환경운동가들의 발자취와 생애를 기렸다.

신준섭 기자 sman321@eco-tv.co.kr
  •  
  •  
  •  
  •  
  • 맨 위로